교통사고, 검사는 정상인데 아프십니다
목차
사고 당일엔 괜찮았는데 다음 날부터 아프시다면
30초 핵심요약
- 충돌 순간 목이 채찍처럼 꺾이면서 근육과 인대가 다칩니다. 이 조직들은 X-ray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.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은 다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.
- 다음 날부터 아파지는 것이 오히려 전형적인 경과입니다. 꾀병이 아닙니다.
- 회복의 대부분은 사고 후 첫 3개월에 일어납니다. 그 뒤로는 눈에 띄게 더뎌집니다.
- 목보호대를 하고 쉬는 쪽이 더 나았다는 연구는 없습니다.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움직인 쪽이 낫거나, 최소한 같았습니다.
- 다만 팔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하면 저희 치료가 아닙니다. 골절과 신경 손상 확인이 먼저입니다.
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
- "사고 당일엔 놀라기만 했지 괜찮았어요. 다음 날 아침부터 목이 안 돌아갑니다."
- "병원에서 사진 찍었는데 아무 이상 없대요. 그런데 아파요."
- "주변에서는 그냥 좀 쉬면 낫는다고 하던데요."
- "목보호대를 계속 하고 있어야 하나요?"
- "이거 언제까지 아픈 건가요."
교통사고로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에는 패턴이 있습니다. 그리고 그 패턴에는 이름이 있습니다.
검사가 정상인데 아픈 이유
충돌 순간 목은 채찍처럼 급격히 젖혀졌다가 꺾입니다. 이때 근육·인대·관절을 싸고 있는 막 같은 조직이 다칩니다. 이것을 편타성 손상이라고 부릅니다.
문제는 이 조직들이 뼈와 달리 X-ray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.
그래서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과 다치지 않았다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. 통증이 하루 이틀 뒤부터 본격화되는 것도, 이런 종류의 손상에서는 전형적인 경과입니다.
회복에는 시간의 창이 있습니다
교통사고 후 목 통증이 있는 분들을 사고 직후부터 추적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해 보니, 회복의 대부분은 첫 3개월 안에 일어났습니다. 그리고 그 뒤로는 회복 곡선이 눈에 띄게 완만해졌습니다.
Kamper 외, Pain, 2008
이 3개월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이후와 이어집니다.
장기 경과도 함께 말씀드립니다. 여러 나라의 연구를 종합한 국제 연구진의 보고에 따르면,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절반 가까이가 목 통증을 이야기했고, 10~25%는 일상과 일에서 뚜렷한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.
Carroll 외, Spine, 2008
다만 이 숫자는 조금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. 사고를 겪지 않은 분들 중에도 지난 한 달 안에 목이 아팠던 분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. 1년 뒤 남아 있는 통증 전부가 사고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.
그래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. 며칠 쉬면 지나가는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.
쉬어야 할까요, 움직여야 할까요
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고, 답이 비교적 분명한 질문입니다.
목보호대를 하고 안정하는 쪽이 더 나았다는 시험은 없었습니다.
사고 후 나흘 안에 목을 움직이는 치료를 시작한 쪽과, 목보호대를 하고 안정한 쪽을 나누어 비교한 연구에서 움직인 쪽의 통증이 더 많이 줄었습니다. 3년 뒤에 다시 확인했을 때도 통증, 병가, 목이 돌아가는 범위에서 더 나은 상태였습니다.
Rosenfeld 외, Spine, 2000 · 2003
200명을 대상으로 한 독일 연구에서도 조기 운동 치료가 목보호대 치료보다 통증과 불편에서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.
Schnabel 외, Emerg Med J, 2004
한편 458명을 세 갈래로 나눈 덴마크의 큰 연구에서는 1년 뒤 세 쪽의 차이가 없었습니다. 단단한 목보호대를 한 쪽, 평소처럼 지낸 쪽, 목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한 쪽이 모두 비슷했습니다.
Kongsted 외, Spine, 2007
정직하게 움직이는 쪽이 낫다는 연구가 있고, 적어도 같다는 연구가 있습니다. 고정하고 쉬는 쪽이 낫다는 연구는 없습니다.
그래서 저희는 "다쳤으니 목보호대 하고 푹 쉬세요"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.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일상과 목의 움직임을 유지하시는 편이 지금까지의 근거가 가리키는 방향입니다.
한의 치료는 무엇을 하나요
교통사고로 다친 분들에 대한 한의 진료지침이 국내에 나와 있습니다. 이 지침은 편타성 손상에 한약·침·추나·약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.
Kim HT 외, Eur J Integr Med, 2018
임상 연구도 있습니다. 사고 후 일주일 안에 입원한 97명을 두 갈래로 나누어, 한쪽에는 침·약침·추나·한약 치료를, 다른 쪽에는 거기에 동작침을 더했습니다. 동작침은 침을 꽂아 둔 채로 의료진이 목을 함께 움직이는 치료입니다.
치료 5일째에 동작침을 더한 쪽의 통증이 뚜렷하게 낮았고, 통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데 걸린 시간도 더 짧았습니다. 목이 돌아가는 범위는 이틀째부터 차이가 났습니다.
Kim D 외, J Clin Med, 2020
주목할 것은 이 치료의 원리입니다. 동작침은 침에 움직임을 더한 것입니다. 앞에서 본 "쉬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"이라는 방향과 정확히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.
이 연구가 말하지 않는 것
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.
같은 연구에서 90일 뒤에 다시 보았을 때는 두 쪽의 차이가 없었습니다. 두 쪽 모두 많이 좋아진 상태였습니다.
즉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"더 많이 낫게 한다"가 아니라 "더 빨리 낫게 한다"입니다. 저희는 이 구분을 흐리지 않겠습니다. 급성기의 통증이 빨리 줄어드는 것은 그 자체로 값진 일이지만, 오래 두고 봤을 때 더 낫다는 근거는 아닙니다.
한 가지 더 있습니다. 이 치료는 환자분도 시술자도 어느 쪽 치료인지 알 수밖에 없는 치료라, 연구진 스스로도 기대 효과가 섞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어 두었습니다. 사고 직후는 가만 두어도 회복이 활발한 시기이기도 합니다.
목만 봐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
사고 뒤에 통증이 오래 가는 데는 처음 아팠던 정도 말고도 관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. 다시 아플까 하는 두려움, 잠을 못 자는 것, 마음의 힘듦이 회복을 붙잡는다는 근거가 쌓여 있습니다.
목만 치료해서는 풀리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는 뜻입니다.
그렇다고 무조건 치료부터 하시면 안 됩니다
이 신호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.
- 팔에 힘이 빠지는 것
- 팔이나 손의 감각이 이상한 것
- 사고 직후부터 목 한가운데가 심하게 아픈 것
하나라도 있으면 치료보다 확인이 먼저입니다. 골절과 신경 손상을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. 나이가 많으시거나 골다공증이 있으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.
저희에게 오시면 이렇게 됩니다
배제부터 합니다. 첫 진료에서 신경 증상과 골절 위험을 확인하고, 필요하면 같은 건물 2층 영상의학과와 함께 X-ray·CT·MRI로 확인한 뒤 치료를 시작합니다. 확인이 필요한 소견이 있으면 치료보다 검사와 안내가 먼저입니다.
지침에 있는 치료로 구성합니다. 침·약침·추나·한약으로 치료를 짭니다. 초기에는 통증과 목이 돌아가는 범위를 되찾는 데 집중하고,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목을 일찍 움직이게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웁니다.
3개월 계획으로 봅니다. 첫날 통증 점수와 목이 돌아가는 범위를 적어 두고, 회복의 창인 첫 3개월 동안 정한 시점마다 다시 잽니다. 3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그대로면 같은 치료를 반복하지 않고, 무엇이 회복을 붙잡고 있는지부터 다시 봅니다.
쉬라고만 하지 않습니다. 일상으로 어떻게 돌아갈지, 목 운동을 어디까지 할지를 단계별로 안내해 드립니다. 목보호대는 필요한 경우에 기간을 정해서 씁니다.
목 말고도 함께 봅니다. 두통, 어지럼, 잠 못 드는 것을 첫날과 재진 때마다 확인합니다. 마음의 힘듦이 회복을 막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쪽 진료도 함께 권해 드립니다.
교통사고 진료는 자동차보험이 적용됩니다. 접수하실 때 절차를 안내해 드립니다.
이럴 때는 오셔야 합니다
- 사고 뒤 목이나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
- 검사는 정상인데 통증이 그대로일 때
- 목보호대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
- 두통·어지럼·불면이 사고 뒤에 함께 생겼을 때
-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처음과 비슷할 때
회복하는 속도와 경과는 사고의 양상, 처음 아팠던 정도, 나이와 지병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.
그리고 다시 말씀드립니다. 팔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하시다면, 저희에게 오시기 전에 골절과 신경 손상부터 확인하십시오.